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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풍광을 글로 표현하기는 벅찹니다

기사승인 2020.11.17  16: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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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이인식위원

11월 첫날 오전에 가랑비가 내리고 늪 안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낮에는 철원에서 따오기를 보러 온 스님 일행과 따오기복원센터와 사초군락지를 걷었다. 올 때마다 이분들은 우포늪의 뛰어난 자연성과 보전, 종 복원 과정을 부러워하며 철원이 두루미류의 성지가 되기를 바란다. 겨울철새들의 힘찬 날개 짓을 보며 어민들에게 어업보상으로 새들이 모래톱에 모여 있는 모습에 탐방객들이 즐거워하는 표정이 보기 좋단다.

1. 우포늪에서 황강의 습지를 보다

우포늪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은 이방면 등림에 소재한 어부정(漁夫亭)이다. 어부정은 등림리 장천에서 합천보를 지나 낙동강 변을 따라 약 5km쯤 가면 절벽과 노송이 울창한 절경이 바로 어부정이다. 이곳은 가야시대의 고성 등림산성으로 둘러 싸였고, 맞은편 서쪽은 합천군을 통과하는 황강 모래톱을 따라 맑은 강물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곳이다. 이렇게 모래톱이 모이는 곳에는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가 4대강 사업 전에는 제법 관찰되는 곳이다. 지금은 드문드문 관찰되긴 하지만, 그렇게 흔하던 빠가사리(동자개)도 보기 어렵다. 낙동강 강바닥을 준설하고, 모래톱과 자갈돌이 싹쓸이 되면서 서민들의 매운탕으로 즐기던 것들이 사라진 셈이다. 필자도 가끔 우포늪에서 빠가사리를 어부들이 잡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을 근처 매운탕 집에서 벗들을 모아 담소하면서 얼큰한 국물을 즐긴다. 그러나 낙동강은 중상류의 모래강을 잃어버렸지만, 황강을 따라 오르면 곳곳에 드러나는 모래톱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서 차를 세우고 모래톱 위에 남겨진 짐승들의 발자국과 똥을 살피며 살아있는 강에 감사를 표한다. 때로는 맑은 개울가에 자라는 갈대처럼 생긴 달뿌리 풀을 만나면 아예 주저앉아 작은 물고기들의 유영을 살피느라고 시간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리면 도착을 정양늪을 2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정양늪은 황강의 범람과 지천인 아천이 합류하여 만들어진 습지다. 여름철에는 가시연꽃과 사철 텃새 동물인 수달, 삵 등이 살아가고, 겨울철에는 고니류와 기러기류 등이 도래하여 생물다양성 다양성이 풍부한 합천군의 생태자산이다. 특히 낙동강 하구 고니류들의 먹이 터가 훼손된 이후로는 주남저수지와 우포늪 그리고 정양늪이 중요한 서식지로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 합천군에서도 연 군락지의 확산으로 연 제거에 고심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정양늪과 더불어 용주면에 있는 박실지(늪)도 가시연이 많았던 곳인데 지금은 그 흔적이 거의 사라진 편이다. 이처럼 우포늪의 겨울철새들은 황강 변의 정양늪을 오가며 상호교류하고 있다. 창녕군도 군내 산재한 늪들에 대한 수시 조사를 통해 귀한 생태자산을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2. 미래세대를 위한 습지 생물다양성 배움터

가을 억새 물결 위로 낮게 나르는 따오기무리들을 보며 햇살 좋은 곳에서 졸음 속에 생각하는 작은 상념이다. 코로나 시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회복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 답은 아이들과 오랫동안 자연학습을 하면서 자연의 품, 어머니의 품 같은 자연에서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법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다. 30여 년 동안 아이들과 낙동강 주변의 습지들을 찾아다니면서 자연 배움을 나누었다. 이제 왜가리할아버지로 불리는 나는 우포늪을 중심으로 낙동강 생태경제벨트를 구축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형 그린뉴딜정책에 포함시키려고 노력중이다. 여기에는 주변 농경지를 습지로 복원해 야생공원으로 회복하는 매우 야

심찬 구상도 포함돼 있다. 이른바 와일드 라이프 파크(Wild life park) 프로젝트다. 이것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꿈꾸는 설계도이다. 필요하다면 다음 대선공약으로 4대강 전체에 걸쳐 지역별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회복 프로젝트로 지역별 특징을 살려 속칭 생태토목 사업을 통해 그동안 4대강 사업과 지자체별 토건사업 등으로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일이다. 남은 10여년 활동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왜가리하부지는 30년 동안 우포늪보전과 따오기복원 등에 쏟은 세월에 더하여 야생동식물 서식지 회복에 온 힘을 모을 참이다. 지난 세월 우포늪과 낙동강 배후 습지를 사랑하고, 지키고, 야생동식물들과 함께 살아온 까닭 중에 가장 중요한 심장 노릇을 한 것은 아이들의 미래세상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활동한 것이다. 과거 우포늪 주변 대지초등학교 아이들과 관찰활동, 지금 매달하고 있는 도시 아이들의 따오기복원센터 앞 따오기를 기르는 논 습지 생물 관찰과 따오기 쌀을 생산하는 프로그램 등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일본 후지마에 갯벌 아이들과 교류도 못하고, 태풍장마비로 논에서 쌀을 수확하지 못했지만 복원습지 인 산밖벌(늪)에서 야생동식물 관찰과 그림그리기. 신나게 놀기 등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러 강사 선생님들과 학부모들께서 동행하여 자연에 대한 사랑을 더 넓게 펼쳤다. 코로나 시대에 자연사랑 배움과 행동은 기후위기시대에 미래세대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살의 첫 번째 덕목이다. 또 다시 이들을 노아의 방주나 불구덩이에서 지옥 불을 경험하는 일을 기성세대가 물려줄 수 없다. 교만한 독립적 인간이기 전에 자연의 한 종으로서 어떻게 우주별에서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새로운 신사고를 일상화하는 행동의 구체화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3. 숱한 생명들이 어우러져 지어내는 원시 생명력의 신비

“새벽 5시, 다른 여행이라면 그만큼 일찍 서두를 필요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우포늪에서는 아침 시간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이틀 내내 비가 내려서, 물안개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걸음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다시 이른 아침부터 늪 곁으로 난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여러 차례 찾은 곳이지만, 이 날처럼 우포늪의 곳곳을 샅샅이 걸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둘째 날에도 함께 해 주신 지킴이 선생님의 편안하고도 친절한 안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길이었습니다. 발걸음은 갈수록 상쾌해졌고, 걸음마다 천변만화하는 풍경으로 다가오는 우포늪의 아름다운 풍경은 잊기 어려운 절경이었습니다.”

4. 우포늪을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늘 안내하는 말이 있다.

해질 무렵 노을 속에 비상하는 새들의 날개 짓을 꼭 보고, 마을 음식을 먹고 밤 마실을 하면서 별과 달을 쳐다보며 감성을 느끼고 마을 숙소에서 주무시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채비를 차려서 우포늪 생명길을 따라 걸으면서 화왕산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몸속으로 담고, 물안개 속 어부들의 그물질을 보라고 한다. 혹 날이 흐리거나 비가 내려도 그것은 또 다른 우포늪의 아름다운 풍광이라고 알려준다. 위의 글과 아래에 덧붙이는 글은 우리나라 나무칼럼니스트로 유명한 고규홍선생의 소감문이다.

“우포 늪 이야기를 글로 쓰기 어려운 이유를 어렴풋이라도 알 듯합니다. 걷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압도하는 풍경은 길섶에서 만나는 한두 가지의 세세한 풍경들에 마음을 머물게 하지 못하는 때문 아닐까요. 걸으며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고갯길을 넘어 환하게 열리는 늪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버드나무에 눈길을 줄라치면, 저 멀리 내다보이는 너른 늪의 장대한 풍경이 말문을 막고, 다시 그 너른 늪의 풍경을 마음에 담을라치면 다시 또 길섶에 피어난 찔레꽃이 눈길을 끕니다. 그야말로 잠시도 마음의 고동이 멈추지 않는 트레킹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 새겨둔 왕버들 군락에 줄지어선 큰 나무 한 그루의 이야기만으로도 《나무편지》는 차고 넘칠 겁니다. 그러나 왕버들 한 그루가 아무리 마음을 울렸다 하더라도 그 나무 한 그루로는 우포늪의 정경을 제대로 보여드리기 어렵습니다. 지킴이 선생님이 남몰래 찾는다는 비밀의 늪의 아늑한 풍경을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하나하나의 작고 신비로운 아름다움들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에야 비로소 우포늪의 정경을 표현했다 할 수 있겠지요. 그게 쉽지 않습니다.”

고규홍 선생은 ‘나무편지’에 우포늪 왕버들 한그루 이야기만 써도 족할 터인데, 늪 길 너른 장대한 풍광 앞에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포늪의 자연과 나무들이 얼마나 소중한 보물인지를 알려줍니다. 이런 보물을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궁금한 나날입니다.

 

비사벌뉴스 bsb27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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