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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상극의 갈림길에서-上

기사승인 2021.03.09  17: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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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선열(인문학연구소 문심원 원장, 문학평론가)

 

지난 해 낙향해서 살고 있는 작포마을과 가까운 곳에 대봉늪이 있다. 작년부터 대봉늪의 제방 공사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창녕의 화왕산과 영산의 영축산으로부터 내려온 물이 계성천으로 흘러 들어서 대봉늪에 이르게 되고, 그 물길과 역류하는 낙동강의 물이 합류하면서 대봉늪이라는 자연 습지가 생겨난 것이다.

대봉늪은 인근의 우포늪과 함께 그야말로 자연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크고 작은 늪지대는 수 억 년 동안 자연의 물길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해서 만들어진 천혜의 자연 습지들이다. 이 자연 습지에 제방을 쌓는 것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물길을 막는 일이고, 자연스러운 물길의 흐름을 바꾸어서 인간 중심의 환경으로 바꾸는 일이다.

대봉늪의 제방이 쌓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위대함에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인간의 위대함이 무궁한 자연의 힘 앞에 어떻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갈 것인지를 예견해보기도 한다.

하나의 물길을 막는 제방 공사를 하게 되면 그 중의 한 쪽은 풍요로워질 수 있지만, 그 반대편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두 쪽이 모두 잘 사는 길은 상생이 길이요, 공생의 길이지만 한 쪽만 잘 사는 길은 상극의 길이요, 몰락의 길이다. 대봉늪의 제방은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상극의 길이다.

이 상극과 몰락의 길이 앞으로 어떤 자연 재해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는 일이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초유의 질병 사태가 이러한 상극이 몰고 온 자연 재해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대봉늪의 개발이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시발점은 중국의 우한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무자비한 자연 개발에 있다는 사실은 자명한 사실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개발이 곧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근대적 허상에 사로잡혀서 제방 쌓기에 몰입하고 있는 정책 입안자들의 근시안적인 정책은 이 땅을 점점 더 황폐한 땅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대봉늪은 낙동강의 자연스러운 물굽이에 따라 형성된 습지의 하나이다. 대봉늪은 인근의 우포늪과 함께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수명보다 몇 곱절이나 긴 세월동안 서서히 만들어진 자연 생태계의 곳간이다.

이 습지는 사람과 함께 온갖 생명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다. 습지는 생물과 생태, 환경뿐만 아니라 치수와 농업 경제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당대의 편리함에 머물지 않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얼마나 풍요로운 자연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근대적 발상이 감당하기 힘든 자연 재해를 몰고 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가 되었다.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공생자 행성』이라는 책에서 인간은 작은 생명 세포로부터 분화된 생명체일 뿐이고, 모든 생명체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원생 물질과 보이는 유·무생 물질들이 서로 공생하고 공존하면서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도 생명체의 일부일 뿐이고, 더 크게는 자연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라는 그녀의 말은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 이루어지는 치수 사업을 버리고 모든 생명체들과 공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이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어둠의 장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길일 것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자연을 무차별 개발하면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가고 있는 인류의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자연 개발에 따른 당근의 유혹을 끊어내지 못하는 우매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다음호에 계속)

비사벌뉴스 bsb2718@hanmail.net

<저작권자 © 비사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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