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숙
어물리들 어느 종갓집으로 시집보내고
사흘 밤을 눈물로 지새운 들말댁
지난날의 슬픔 따윈 까맣게 잊고
흩날리는 벚꽃 잎에 웃음 흘리신다.
허락도 없이 세월은 가고
못줄 잡아 손 맞추며 품 팔던 뒷집 수태 아저씨
손부 며느리 가을빛에 얼굴 탈까
아주까리 잎 따다 모자 만들어 주시던 왕할매
산모퉁이 돌아 큰 기와집 욕쟁이 할매
모두 다 버리고 떠나갔다
눈물 안고 들어온 어물리들
언저리 없이 꼭꼭 다져 씨앗을 뿌린다
눈 감고 고즈넉하게 마음을 눕는다
땅거미 지는 어물리들
그림자만 나를 따른다
보고 싶다
들말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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