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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스토리텔링

기사승인 2020.01.18  13: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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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배자의 누리 -

배미령

빛이 유난히도 쏟아지던 벌판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는 우람한 두 남자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두 남자는 비파형 청동검을 들고 힘을 겨루고 있습니다. 검이 서로 부딛힐때마다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산울림이 되어 천지를 흔들어댑니다. 해가 저물어 가는데도 두 남자의 힘겨루기는 끝이나질 않을 모양입니다. 드디어 한 남자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일어서지 못한 체 더 이상 검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한 사람의 지배자가 탄생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지배자를 향하여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날부터 지배자는 마을을 다스려 갑니다.

빅 데이터 큐레이터인(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사람) 나는 타이머신을 타고 청동기시대의 모습을 빅데이터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동이 트자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밭으로 나가 이랑을 이루고 조와 수수, 보리 등의 씨앗을 뿌립니다. 남자들은 강가로 나가 물고기를 잡거나 산으로가 사냥을 해 옵니다.

오늘은 지배자와 함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사냥을 나섰습니다.

앞산 숲에 멧돼지가 나타났나 봅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멧돼지가 먹이 활동에 정신을 팔고 있을 때, 화살촉과 도끼를 사용하여 사냥을 합니다. 쏟아 붓는 화살촉과 돌도끼에 정신을 잃은 멧돼지 곁으로 다가간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지배자입니다. 지배자는 큰 덩치만큼 힘도 셉니다. 멧돼지와 지배자는 잠시 격투가 벌어지더니 땅바닥으로 벌러덩 쓰러지는 것은 멧돼지였습니다. 지배자는 다시 한 번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마을 사람들과 사냥한 멧돼지를 나무에 매달고 마을로 돌아 왔습니다.

여자들은 사냥해온 물고기와 짐승, 열매들로 음식을 만들고 남은 것을 민무늬토기에 저장을 해 둡니다.

청동기 시대의 집터는 대부분 낮은 구렁지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지배자의 지도에 따라 다른 마을 사람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마을 주변으로 도랑을 파고 나무로 성벽을 세워 방어막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에 대비하여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고, 청동을 불에 녹여 다양한 도구들도 만들었습니다.

조용한 마을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봄에 뿌려 놓았던 씨앗들도 싹을 내밀며 파릇파릇한 몸을 바람이 부는 대로 내어 줍니다.

나는 마을의 이곳저곳을 관찰하며 여유로웠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기울 자 곧 어둠이 찾아 왔습니다. 그 무렵 마을 뒤쪽 언덕으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먹구름처럼 지나갔습니다.

마을의 보초병도 이상한 기류를 느끼고 지배자에게 알립니다. 마을에는 잠시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날 저녁 마을의 남자들은 숨을 죽이고 잠복에 들어갔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어디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바람처럼 나타나 마을 입구까지 밀어 닥치며 화살촉에 불을 붙여 쏘아대기 시작합니다. 지배자는 때를 놓칠 수 없습니다. 잠복해 있던 마을 사람들을 향하여 휘파람을 불며 신호를 보내자 마을 사람들은 침입자들에게 일제히 공격을 퍼 부었습니다. 마을 안에서는 여자들이 미리 준비해둔 물을 들고 불붙은 곳으로 물을 부어댑니다.

갑작스러운 반격에 침입자들은 당황하며 후퇴하기 시작 했습니다.

지배자의 有備無患(유비무환: 준비가 있으니 근심이 없다)으로 마을은 무사하였습니다. 가을이 왔나봅니다. 들에는 알곡들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가을걷이가 시작되자 마을 사람들은 이삭을 따는 데 쓰는 반달돌칼, 돌낫을 들고 수확을 합니다. 그리고 갈판을 이용하여 곡식들을 가공합니다. 그리고 농경무늬청동기[農耕紋靑銅器]에 따비(풀뿌리를 뽑거나 논과 밭을 가는 농기구의 하나)로 밭을 일구는 사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마을은 평화를 되찾고 영토를 조금씩 늘려 갔습니다.

나는 청동기시대의 유물을 관찰하기 시작 했습니다.

유물은 크게 석기. 토기. 청동기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석기는 간석기가 대부분이며 종류는 여러 가지입니다. 만든 수법도 뛰어납니다. 쓰임새에 따라서 공구용. 농경용. 사냥용으로 나누어집니다. 공구용으로는 돌도끼와 홈자귀가 있습니다. 돌도끼는 날이 양쪽에서 갈라진 조개날개에 몸통의 단면이 네모난 것과 볼록 렌즈 모양, 긴네모꼴 등이 있는데, 조개날도끼는 주로 나무를 자르는 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홈자귀는 나무를 다듬거나 구멍을 뚫는 데 사용한 연모입니다. 농경용 연모로는 반달돌칼. 돌괭이. 갈돌 등이 있습니다. 반달돌칼은 곡식의 이삭을 자를 때 사용할 연모로 끈을 꿰어 손에 잡아맬 수 있도록 2개의 구멍이 나 있으며, 지역에 따라 세모꼴. 긴네모꼴 등으로 생김새에 차이가 있습니다.

사냥용 무기인 화살촉은 슴베(칼, 호미, 낫 따위에서, 자루 속에 들어박히는 뾰족한 부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크게 나누어집니다. 무기에 속하는 간 돌검은 처음에는 실용적으로 쓰이다가 뒤에 손잡이에 단(段)이 생기는 등 의기(儀器)의 기능을 지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토기는 흔히 민무늬토기라고 일컬어지지만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민무늬토기는 무늬가 없으면서 대부분 적갈색을 띠고 있고 낮은 온도에서 구워졌기 때문에 흡수성이 강합니다. 비짐(물과 혼합되어도 가소성을 나타내지 않으며 고온에도 견디는 물질들)에는 굵은 모래알이 많이 섞여 있고 바닥은 거의 납작합니다.

생김새에 따라 팽이형토기. 구멍무늬토기. 화분토기. 가지무늬토기. 붉은 간토기. 검은간토기로 분류됩니다. 팽이형토기는 적갈색이나 흑회색을 띠고 있습니다. 구멍무늬토기는 입술 가까이에 구멍이나 굼이 있는 토기이며, 가지무늬토기. 붉은 간토기. 검은간토기는 무늬나 색을 넣은 다음 토기의 겉면을 곱게 간 것으로 특수한 목적에 쓰인 토기입니다. 청동기는 처음에는 청동단추나 청동손칼처럼 크기가 작은 것들을 만들어 쓰다가 비파형동검, 부채꼴 청동도끼 등이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 한국식동검. 청동투겁창. 청동꺽창. 거친무늬거울 등을 만들었습니다. 지배자는 독자적인 권력으로 세력을 점점 넓혀 갔고 주검을 맞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고인돌 아래 고이 잠들었습니다.

 

나는 청동기시대 지배자의 누리에서 관찰한 것을 담아 다시 창녕군 유리고인돌 표지판 앞에 도착 했습니다.

 

구렁지의 솔밭 길을 따라 오르니 ‘헉헉’ 숨이 찼지만 유난히도 잘 생긴 고인돌 앞에 서니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이 고인돌은 네 개의 받침돌 위에 얹혀 있는 전형적인 남방식 고인돌입니다.

옛날에는 과거를 보러 가기 전 이곳에서 치성을 드리면 급제한다하여 반드시 기도를 드린 다음 과거 길에 나섰다고 합니다. 본래는 7기가 북두칠성 형태로 있어 칠성바위라 부르기도 했는데 구한말까지 유존하다가 일제강점기때 6기는 박진까지의 도로가 개설 되는데 쓰였다고 합니다.

지금 남은 이 소중한 1기는 장마 주민들이 결사코 말려 남아 있다하니

이 유적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창녕의 문화재로써 이름을 높이고 있습니다.

 

문화재지정: 경상남도 시도 기념물 제2

찾아가는 곳: 경상남도 창녕군 장마면 유리마을 산9번지

비사벌뉴스 bsb27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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