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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를 타며 神을 만난다”

기사승인 2016.03.07  16: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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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과 저승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무속인들의 세계 집중취재

“오는 13일 오전 10시 창원시 용지공원에서 3․15 원혼위령제, 창원시 경제부흥기원제 굿을 엽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무녀들, 악사들, 창원시립무용단 등이 공연을 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곳에 오셔서 신묘한 무속굿을 구경해 주시길 바랍니다.”

# 죽은 아이 혼(魂)이 무녀에게 실린 것을 태주(太子). 명두(明圖) 혹은 산동동자. 선동(仙童). 애기동자라 한다. 순우리말로는 새타니. 새치니라 한다. 무녀한테 애기동자 혼이 실리면 무녀는 (해독할 수 없는) 새 소리 같은 소리를 내뱉는다. 이 새소리 같은 소리는 신어(神語)로서 일종의 공수(空授)이다. 무녀한테 애기동자 영이 실리면 무녀는 어린이 음성을 내는데. 아주머니를 아드머니. 슬프기를 틀프기. 고맙습니다를 고맙덥니다와 같이 설단음(舌端音) ‘ㄷ’ 형태로 발음한다. 또 무녀에게 명두(애기동자)가 실리면 아기처럼 투레질을 하며 혓바닥을 낼름낼름 내민다. 또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손과 팔을 비비꼬이는 듯하다가 아기처럼 방긋방긋 웃어댄다….

백광호 격사가 경을 외며 신령님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백 격사는 사단법인 한국문화민속에술연합회 경남지부장을 맡고 있다. 이 연합회는 무속 굿 부분 중 무악을 발굴 육성 전파하는 단체이다.

◆지리산 최고 만신과 아들 몸주

경남 함양군 백무동 가는 길에 진주슈퍼가 있다.

연전(2011년), 진주슈퍼 할매가 지리산 최고 만신(무당)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취재차 백무동 진주슈퍼를 찾은 적이 있다.

구멍가게에 들어가니 창고에 곶감 하수오, 세신, 능소화, 복령 등의 약초가 있었다. 나그네가 불쑥 슈퍼에 들어서자 할매는 말라비틀어진 손마디로 담배를 피며 비시시 웃으며 “보아허니 물건 사러온 게 아니네? 날씨도 추분데 보리차나 한 잔 들고 그냥 가소, 나, 당신헌테 할 말, 하나도 없응께”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는 할매를 설득, 할매와 관련된 이색사연을 전해 들었다.

할매 방 한켠에는 신단이 설치돼 있고 벽에는 죽은 아들의 영정사진과 양복 한 벌, 동자옷 한벌이 걸려져 있다.

“저 놈이 내 아들이오. 내 생월에 육해살(六害殺)이 끼여 있어. 집안에 병고의 환(患) 그칠 날이 업능거라. 둘째 놈 먹을 것 제때 못 묵어 그만 영양실조에 걸려 스물 조금 지나 그만 죽어부린거라. 아들 시신 붙잡고 천지신명이여 이 가혹한 형벌. 와 나한테만 이리 안겨 줍니꺼. 쌍욕을 고래고래 질렀다 아이가 이 씨벌 놈으 세상!”

(『육갑(六甲』에 따르면 생월에 육해살이 끼면 안궁(兄弟肉親)이 조화나 화합을 못 이뤄 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아들놈 죽고 내 나이 37세때 신(神)이 찾아 왔더구먼. 나는 한사코 신 안 받을랍니다. 즐대 신 안 받을라요. 피하고 또 피했네. 그러나 신은 네 년이 신 안 받으몬 디진다(죽는다)! 그래도 나는 신을 안 받았네. 내가 그런다고 신이 그냥 가만있나. 허구헌 날 밤에 나타나 우리 집 장독대를 깨지 않나. 우리 집 남은 자슥들 몸 속에 들어가 해꼬지 하질 않나. 이러다 집안 거덜나겠다 싶어 마침내 강신무를 했네. 신내림을 받았다 이 말 잉거라”

- 몸주는?

“몸주? 내 몸에 애기동자가 들어 온거라. 애기동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어 다시 그 애기동자를 보니 옴마! 죽은 내 아들놈이라. 우리 둘째 아들! 세근아! 세근아! 니가 우얀 일이고 내 아들 세근아. 몸주 세근이가 예쁜 꼬까옷 차려입고 나헌테 말하길 어무이 인자마. 제가 말입니다 어무이 밥 절대절대 안 굶게 해 주케요…내캉 두 손에 횃불 들고 훠워이 훠워이 지리산천을 돌아 댕깁시더. 좋은 약초 있는 자리 내가 다 찾아 주케요. 이 약초 팔아 누이. 승님 집도 사고 어무이 맛있는 것도 잡수게 해 주케요. 나는 신내림 받으몬서 미친년츠름 얼씨구좋다 나비춤을 춘거라. 애기동자 내 아들을 이렇게 만날 줄이야!“

이후 진주슈퍼 할매는 아들의 영을 몸주로 모시고 무녀의 길을 걷게 됐다.

당은 삼지창을 들고 춤을 추면서 신을 기쁘게 하고 신의 위엄을 나타낸다. 잡귀 잡신을 쫓아내는데도 삼지창은 아주 중요한 무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75kg 몸이 20여 kg이나 빠지고

# 세월이 흘러 2016년 2월 초순, 비사벌경남뉴스 창간호에 소개된 영 능력자 이정(里程) 스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창원에도 진주슈퍼 할매처럼 기구한 운명에 의해 무속인이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회가 되면 그들의 행장기를 비사벌경남뉴스에 소개해 보시지요. 비음산(飛音山) 기슭에 굿당이 있소. 그 곳에 가서 백광호 도사를 찾아보시구려. 백 도사는 격사, 박수무당입니다. 작두를 타며 신을 만나는 그야말로 이승과 저승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무속인이지요.”

지난 2월 6일 오전 11시 비음산 굿당에서 백 도사를 만났다.

소박한 한복차림에 활짝 웃으면서 반긴다. 평범하게 생긴 이웃 아저씨같다. 튼실한 두 다리를 보아하니 스포츠를 꽤나 좋아할 타입이다.

취재에 앞서 굿당을 둘러보았다. 신단 위에는 산신령과 팔선녀 그림이 놓여 있다.

필부(匹夫) 눈으로 이 그림들은 그냥 이발소 그림 혹은 동양화 같은 것이지만 무속인들에게는 단순한 그림 영역을 넘어 영성(spirtual)의 표상이 된다.

8선녀는 옥황상제의 사자인데 무속인들에게 있어서 약사여래불같은 존재이다.

그림 속. 한 선녀는 비파를 타고 또 다른 선녀는 광휘를 두르고 허공에 떠 있다. 이러한 동작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구세주 옥황상제의 강림을 예고하는 걸일까?

굿당 한켠에선 무녀들이 삼지창에 돼지를 꽂고 있다. 삼지창은 잡귀 잡신을 쫓아내는데 아주 중요한 무구로 사용된다.

타살거리에서는 제물로 바쳐진 소나 돼지에 삼지창을 던져 꽂기도 하면서 신의 위엄을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신들이 오늘 굿을 잘 받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삼지창에다 소나 돼지, 떡 등 그날의 제물을 얹어 세우므로 신의 영검함과 위엄을 한꺼번에 나타내는 절정의 순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굿당구경을 마치고 백 도사가 주석하는 방에 들어갔다. “이정 스님께서 괜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내세울 게 없는 격사((覡師=속어로는 박수무당)일 뿐입니다. 먼길 오셨으니 그냥 우전을 드시며 환담이나 하고 가시지요.”

말하는 폼새가 순박하다.

-비음산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이곳을 수양처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지리산 천왕봉도 좋지만 지음산 산세도 여간 아닙니다. 좋은 기가 샘솟듯 흐릅니다. 비음산 기슭에 토굴이 있는데 그곳에서 기도를 하면 모든 번뇌가 사라집니다.”

-백 도사께서는 어떤 연유로 무속의 길을 걷게 되었나요?

“저는 64년생입니다. 고향은 부산 범일동이고요. 중학교 다닐 때 축구를 아주 잘 해 친구들이 제 2의 차범근, 이회택이라는 별명을 지어줬습니다. 스물살 때 였나요? 이유없이 75kg 몸이 20여 kg이나 빠지더군요, 심한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헛 것도 보이고, 어느날 밤 꿈에 벼락천둥이 치더니만 하늘에서 불화살이 마구 날라오고 대통령은 피범벅이 되고 이로써 온 국민들이 살려달라고 아비규환하는 겁니다. (그때 제가) 아마 식은 땀을 흘렸을 겁니다,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알 수 없는 물체들이 내 목을 조르며 나를 주저 앉히려 하는 겁니다. 억지로 그 물체로 물리치고 잠에서 깨어났지요. 다음날 친구들에게 (저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는데)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곧 대통령이 죽을 끼다!”

공교롭게도 며칠후 아웅산테러라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대통령은 위기일발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이범석 외무장관을 포함,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수행원 17명이 사망했다.

백 도사의 꿈이 현실화가 된 것이다. 이후에도 백 도사는 친구를 붙잡고 “내일 너희 아버지가 죽을 끼다”, “너거 할매 오늘부터 말문 닫는다” 등의 말을 해댔다. 이 말 역시 모두 현실화가 됐다.

“저는 모르겠어요, 제가 그런 말을 했는지, 제가 이런 말을 해대자 친구들이 너 보면 재수 없다며 나를 홀대하더군요. 내 몸 속에 그 무엇이 빙의돼 있구나 그런 걸 느꼈습니다. 저는 몸부림을 쳤습니다. 제발 내 몸 속에서 빠져나가라! 몸부림을 쳤지만…빙의된 물체는 더욱 저를 올가메는 겁니다."

빙의된 물체를 무속에서는 사마(死魔), 혹은 부자재이명단이라고 한다. 사마가 몸속에 존재하는 한 백 도사는 영원히 사마의 노예로 전전해야 한다. 사마를 쫒아내기 위해선 저 세계에 존재하는 몸주를 자신의 몸 속으로 받아들여 그 몸주가 사마를 퇴치시켜야 한다.

마침내 백 도사는 몸주를 받아들이기로 작심한다. 몸주를 모시기 위해 내림굿을 받았다. 그 때 백 도사는 망아경(忘我境)에서 소리치면서 몸주가 자신에게 오시길 기원했다.

몸주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산신(山神)· 최영장군(崔瑩將軍을 가리킴)· 일광보살· 월광보살· 칠성신(七星神)· 명도(明圖)· 작도대신(斫刀大神)· 신장(神將)· 신장할멈 등. 백 도사는 작도대신을 몸주로 모셨다.

“(제가 무속인이 됐다는 걸)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왕 신의 세계에 들어왔으니 신의 보살핌을 잘 받아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참된 무속인이 되리라 그런 다짐을 했습니다. 무속인이 된 이후 저는 남다른 무속공부에 매진했습니다.”

무당의 영험력을 관장하는 작두신장이다. 작두신장은 작두대신 이라고도 한다. 작두는 소풀이나 짚을 자르는 작두날 두개를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신을 받은 영통자 영매(무속인)가 작두 굿을 통해 드럼통 위에 용궁단지(물동이)를 올려놓고 그 위에 쌀상자와 작두 두개를 나란히 고정시킨 후 그 작두 위에서 영매(무속인)가 맨발로 춤을 추며 영신(작두신장)을 맞이한다.

◆ 신령(산왕대신)들은 어떤 모습으로 옵니까?

“태백산, 지리산 영통암 등 전국 기돗발 잘 받는 곳으로 가 불교에서 말하는 용맹정진 산기도를 했지요. 이 과정에서, 저는 토굴 속에서 기도 하다가 신령(太陽日精結隣帝君. 金闕化身蕩鬼天尊 등 수많은 고급령)들과 조우하기도 했습니다“

- 그 고급령이 백 도사에게 무슨 말을 하던가요?

“예. 그 신령님께서 어제 몇 달전에 너한테 찾아와 아픈 곳을 치유해달라 한 사람이 있지? 예 그러면 신령님께서 종이를 꺼내 처방전을 적어줍니다. 환자 아픈 부위에 이렇게 손안마를 해줘라. 또 재액초복(除厄招福)을 위한 부적을 적어주기도 합니다. 즉 신령님들께서 저에게 궁극적인 지혜(ultimade wisdom)을 주는 겁니다.

세속 사람들은 저의 어린 말들이 만화 같아 보이겠지만 어쩝니까. 동굴 속 기도터에선 이런 일이 실제 빈번히 벌어지니”

- 어떤 자세로 기도합니까?

“마음을 맑게 하고 정기를 바르게 하고 소리를 조절하며 주문을 외웁니다. 주문은 힘 써서 단정하게 엄숙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신령들이 감응을 해,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 신령(산왕대신)들은 어떤 모습으로 옵니까?

“명패를 들고 줄을 잡고 얼굴에 상처가 있으면 있는대로 제각각 모습으로 옵니다”

- 기도를 하면 어떤 효험이 있지요?

“선생께서는 잘 이해가 안갈 겁니다.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설 옥추경을 삼가 공덕 100회를 독송하면 모든 악귀가 모두 소멸합니다. 부탁컨대. 이런 무속 행각을 너무 업신여기지 마시고 깊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심신수련 차원에서 기도하는 법을 배워 행(行)해 보세요. 마음과 몸이 청정해질 겁니다”

백 도사는 산기도에 몰두하는 한편 무속음악에 심취해 있다. 진도씻김굿 전수자들을 만나그들이 행하는 초혼 굿 음악을 배우는데 열성을 부렸다.

“진도씻김굿 중 하나인 동갑풀이(같이 태어난 동갑들이 아직 살아 있는데 혼자 죽은 억울한 원한의 넋두리를 풀어주는 대목). 약풀이(약을 못 먹고 죽은 한을 풀어주는 대목) 등을 배웠습니다.”

작두를 타기 위해 작두 명인 무당(신 어머니)을 찾아가 스파르타 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작두를 타는 굿을 작두굿이라고 한다.

작두 굿이 연행되는 마당의 양쪽에 3미터 정도 되는 승전기(勝戰旗)를 세우고, 그 사이에 칠성단(七星壇)을 쌓아 놓는다.

신입 무당은 신어머니가 되는 무당으로부터 작두를 받아 작두를 어르고 휘두르면서 동서남북과 중앙에 위치해 있는 오방신장(五方神將)을 놀린다.

신입 무당의 작두 어르기가 끝나면 다른 무당이 바라를 들고 시루를 걷으면서 염불타령조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는 사이에 신입 무당은 두 개의 작두날을 재빨리 칠성단 위에 올려놓고 고정시킨다.

이어 신입 무당은 빠른 무악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가 신이 오르면 작두날 위로 뛰어오른 후 칼을 휘두른다. 그리고 장군이 싸우는 시늉을 한 뒤 사람들에게 공수를 준다. 이런 식으로 신입 무당은 작두 위에서 모든 신을 받고 놀리고 전송한다.

이것이 끝나면 신입 무당은 아래로 내려와 오방신장기(五方神將旗)를 들고 춤을 추다가 굿판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기점(旗占)을 뽑게 한다.

-왜 작두를 타나요?

“작두는 장군의 용맹과 위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실제 굿거리에서의 무당은 장수의 용맹과 위력을 무당의 영험함으로 치환해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 도사와 4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 한번도 “자신이 용한 점쟁이요, 도통한 영적능력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저는 신의 메시지를 받아 사바세계 대중들을 위무하는 전달자가 되고 싶습니다. 또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전통 무속예술을 잘 보전하는 무속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이색적이었다.

“오는 3월 13일 오전 10시 창원시 용전공원에서 3․15 원혼위령제, 창원시 경제부흥기원제 굿을 열려고 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무녀들 창원시립무용단 등이 공연을 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곳에 오셔서 신묘한 무속굿을 구경해 줬으면 합니다. 이게 저의 작은 바램입니다”

구본갑 기자 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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