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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은 코로나 치유공간 자연생태계

기사승인 2020.03.28  1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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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그림 이인식

어제 해질 무렵 만났던 원앙들을 잊지 못해 이른 아침 산책에 나선다. 봄단장 차려입은 모양새가 보통이 아니다. 너무 화려하여 눈을 뗄 수가 없다. 연두 빛 버드나무 꽃 순을 따먹으면서 걷는 길에 키 큰 미루나무 위에서 깃털 다듬는 따오기 한 마리를 만난다. 대대제방 아래 따오기 논에서 혼밥 하던 녀석이 센터에 들려 몸 씻고, 키 큰 나무에서 햇살을 즐기는 모양이다. 나를 한참 동안 지켜보더니, 나뭇가지 하나 부러뜨려 둥지 짓는 연습까지 해보지만 짝이 없어 재미가 없는지 센터 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비밀의 정원으로 향하면서 부엉 덤으로 눈길을 돌려보지만, 수리부엉이는 볼 수 없다. 엊그제 해질녘에 모처럼 수리부엉이 소리가 너무 반가워서 몇 번을 부엉덤 쪽으로 귀를 모았다. 새끼는 잘 키웠는지? 마지막 작별 인사는 잘 했는지도 궁금하다. 말똥가리와 따오기는 하늘 높이 비상했을 때가 아름답다. 곧 말똥가리들은 북쪽으로 떠나고, 따오기들은 끊임없이 비행연습을 할 것이다. 이들도 언젠가는 북한을 거쳐 아무르 강 근처로 이동하는 날이 오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야생에서 둥지도 트고, 자식도 많이 나아서 위대한 자유비행 할 때를 매일매일 기다린다. 따오기 세 마리는 매일, 같이 다니면서 암컷 한 마리를 놓고, 사랑을 기다린다.

마을 어르신은 지역박물관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새끼들 이소시키고, 어미도 높은 절벽위의 둥지를 떠난다. 늘 자연 속에서는 사철을 주기로 평생을 사는 셈이다. 다부터에 하씨 어르신은 80노인이지만 지금도 농사와 축산을 하면서 쉬지 않고 일하시는 정정한 분이다. 가난한 시절 지모구(가시연꽃)가 식량이었다면서, 가을이 되면 꽃봉오리가 남긴 꽃받침 속 열매를 얻기 위해서 낫으로 잘라 배로 싣고 와서 거름 무더기처럼 쌓아두고 썩도록 둔단다. 겨울이 되면 단단한 씨를 작은 망치로 부셔서 씨를 디딜방아로 빻아 가루로 만들어서 밥으로, 죽으로 먹었단다. 요즘에는 왜 우포늪에 가시연이 몇 년 째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지모구(가시연꽃)가 몇 년째 안되는 기라.” 그때는 추석 쇠고 지모구 모아가지고, 밥해 묵고, 줄대밭에 소 풀어 놓으면 소 멕(먹)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 50년 전에는 다부터 마을까지 여름 홍수기에는 배가 오가고, 맞은편 산 아래 길은 신반장 가는 길목이었단다. 세진 배수장 산허리에서 맞은편 호포까지 나룻배가 있었고, 가항을 가로질러 유어지서 쪽으로 가면 낙동강을 건너 신반장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에 시간 을 잊었다. “둔터, 한터, 헌터는 옛날부터 전장 터”라고 말씀하시기에, 임란시절 둔터는 자료에 곽재우 의병장이 무기를 숨겨둔 병영이어서 그렇다고 알려 드리기도 했다. 이렇게 잘 익어가는 노인들은 지역박물관이다. 그 속에 어우러져 사는 나도 일 년 단위로 4계절을 자연 속에서 살 수 있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이 슬픈 ‘침묵의 봄’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화산재로 덮어버렸다.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던 시대에는 전염병으로 인한 대규모 고통은 없었다. 인간의 지나친 욕망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판도라 상자를 연 것이다.

코로나를 이기는 방법은 생태계복원

‘침묵의 봄’을 저술한 레이첼 카슨은 지구 생명의 역사는 생명체와 그 환경의 상호 작용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가 서술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미국 대륙 한가운데쯤 모든 생물체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하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병이 이 지역을 뒤 덮어버리더니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소떼와 양떼가 병에 걸리고 새들은 더 이상 울지 않고 아이들도 고통을 호소하다가 사망해버린다. 실재한 마을은 아니지만, 사람과 가축에게 일어나는 질병과 전염병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야기다. 그 원인은 20세기에 들어서 인간만이 자신이 속한 세계의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확신으로 위험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유독물질로 공기, 토양, 하천, 바다 숲 등을 오염시킨 일이었다. 그렇게 따오기, 뜸부기, 늑대, 여우 등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침묵의 봄을 만들어갔다. 더 나아가 스페인과 영국, 독일, 일본, 인도네시아, 노르웨이 등 다양한 국가들의 연구진들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파되자 공동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인간의 산림파괴가 박쥐 바이러스의 전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박쥐가 서식하는 숲을 보전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2차 대전과 한국전쟁 등이 화학물질을 만들고, 지금 중국과 미국 등이 야생동물을 생화학 실험 도구로 쓰면서 연구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었다는 논쟁까지 붙었다. 그것도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로 사람들은 믿고 있다. 지금의 자연생태 파과와 경쟁중심 인류문명에서 한발 짝만 더 나아가면 매년 코로나19처럼 새로운 전염병 창궐에 시달릴지 모른다. 지구별에서 인간이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을 무기는 다른 생물과 공생이다. 21세기의 새로운 산업은 숲을 보전하고, 훼손된 자연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런 일에 AI생태계가 이용되어야 한다. 당면한 기후위기 극복도 자연생태계에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인간의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염병시대에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아직도 고전적인가?

우포따오기가 군청 나무에도 들렀다.

자연에서는 봄이 되면 고개가 부지런해져야 한다. 걸으면서 나무 가지 위에 앉아 새순과 벌레집에서 애벌레를 먹는 새들도 관찰해야 하고, 걷는 길바닥에는 수달이 물속에서 먹이 찾아 땅바닥에 식사 후, 남긴 흔적들도 보아야한다. 때로는 연애하는 녀석들 쌍안경으로 훔쳐보느라고 고개를 좌우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느리게 걷노라면, 보통사람 걸음보다 3~4배는 느리다. 겨우 3~4 km 걷고, 하루해를 넘기기도 한다. 특히 봄 버드나무에 연두 빛 새순이 나오면 겨우내 덤불사이로만 다니던 뱁새(붉은머리 오목눈이)도 나뭇가지에 앉아 꽃술을 따 먹느라고 분잡하다. 박새류와 오목눈이, 오색딱따구리들이 분주하게 나무 가지를 오가며 내 눈과 목, 귀는 그들에게 집중하면서 섰다. 걷다 하면서 겨우 30분 거리를 2시간에 걸쳐 따오기 논 앞에 서기도 한다. 늘 같이 다니는 따오기 3마리가 잠어실 마을 쪽으로 마실 떠난다. 따옥따옥 청아한 울음소리 내면서 57Y 수컷은 앞서가며 따라오는 두 녀석들을 안내한다. 마음으로야 같이 날고 싶지만 신은 인간에게는 날개를 주지 않았다. 새들처럼 영혼의 자유를 주지 않고, 인간들에게는 손을 주어 노동하고, 이웃과 협업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을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야생처럼 매년 반복되는 자연의 에덴동산에서 먹을거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신의 미움으로 인간은 수렵하고, 채집과 경작을 통해 살게 되었다. 더 나아가 재물축적이라는 욕심으로 인간은 새로운 곳간을 마련하면서 경제 권력과 종교질서, 정치세력화를 삶의 중심에 두면서 생로병사라는 운명을 거머쥔 것이다. 야생은 자연이 주는 만큼 먹고, 번식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야생의 몫까지 침범하면서, 자연의 질서는 무너지고 야생동식물들은 인간에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박쥐, 오리, 모기 등 무수한 야생세계가 횃불 집회를 매년 벌이기로 자연 결의한 셈이다. 우포늪이라는 야생에 들어와서,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바이러스 등 무수한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 무너지는 세상을 매년 보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결국 자연을 침범한 인간의 죄 값이다. 사람 세상에서 난무하는 전염병을 피해 자연이 잘 보전된 우포늪을 대구시민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우포주변 마을가게와 우포늪 이용시설은 문을 닫았다. 바이러스를 피해 답답함을 해소하러 오는 도시인들을 맞을 수 있는 자연을 가꾸고, 지켜온 지역주민들은 시름에 젖어있다. 도시인들은 마을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할 때이다.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친환경농업과 생태축산, 숲마을가꾸기 등에 국가예산을 중장기적으로 투자하여 매년 닥쳐올 전염병 재난에 생태회복이라는 정책적과제를 지역주민들과 깊이 고민할 때이다. 결국 농업과 자연, 사람이 일차적으로 공생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국가재정을 투여하기를 기대한다. 한편 이렇게 코로나19로 군청과 보건요원들이 고생하고 있는 시기에 늘, 우포늪과 화왕산을 오가는 따오기가 군청 나뭇가지에 앉아 “따옥따옥 모두 힘내요”라는 행운의 소리는 조만 간 좋은 소식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비사벌뉴스 bsb27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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