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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1,300리 누각과 정자 이야기(21회)

기사승인 2024.03.09  0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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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래정, 반구정, 어은정 등 고성이씨가 남긴 정자들

귀래정

'택리지'에서 안동 으뜸으로 친 귀래정
정상동 기슭 무덤에서 발굴된 한 통의 편지, 420년 전 원이 엄마의 편지

글, 사진 오종식 창녕군 문화관광해설사

낙동강과 반변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안동은 봉화를 거쳐 내려온 낙동강과 영양, 청송에서 내려온 반변천이 안동시청 근처에서 한 몸이 된다. 안동시 남서쪽을 적시고 예천군 지보면으로 흘러든다.
두 강이 만나는 곳은 하얀 모래밭과 높은 절벽이 생겨 아름다운 경치를 만든다. 
이 뛰어난 곳에 안동 선비들이 임청각(군자정)과 귀래정, 반구정을 세웠다. 고려시대 세운 영호루(暎湖樓)도 근처에 있다. 
고성 이씨들이 어떤 연유로 안동에 자리 잡았는지 알 길이 없으나 벼슬에 욕심이 없고 정자를 지어 세월을 낚았으니 부럽기만 할 뿐이다.
그 유명한 국보 「안동 법흥사지칠층전탑」 옆에 안동 고성이씨 탑동파 종택(安東 固城李氏 塔洞派 宗宅)이 있다.

○ 귀래정(歸來亭)
귀래정은 낙포 이굉(1414∼1516)이 1513년에 반변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강언덕에 지은 정자다. 이굉은 25살에 진사, 40살에 문과에 급제하여 사헌부 지평, 상주 목사, 개성 유수 등을 지내다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귀양살이했다. 중종 때 나이가 많아 그만두고 1513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3년을 살았다.
고성이씨로 입향조(안동에 처음 이사 온) 이증(李增)의 둘째 아들이다. 동생 이명은 군자정(임청각)을 세웠다.

‘귀래정’이란 이름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따왔다. 
조선 선비들이 좋아했던 도연명의 삶을 담고자 했던 선비들은 정자 이름을 귀래정이라 했다. 경북 영천시와 전북 순창군에도 같은 장자가 있다. 

귀래정은 앞면과 옆면 각각 대청이 2칸, 그 뒤에 방 4개를 나란히 만들었다. 대청 안쪽에 고산 황기로(1521~1567)가 쓴 ‘귀래정’ 현판이 걸려있다. 황기로는 구미 매학정을 짓고 선비들과 교류했는데 초서의 대가로 해동초서라 불렸다.
그리고 주인 낙포 이굉, 농암 이현보(1467~1555), 송재 이우(1469~1517), 택당 이식(1584~1647), 백사 윤훤(1573~1627) 선생 등 30여 명의 시가 걸려있다. 

정자라고 하면 사방이 탁 트인 누마루 형식의 건물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귀래정을 보면 실망한다. 앞면이 강을 보도록 세웠는데 제방과 도로가 생기며 대문을 헐고 담을 세워 막아 버렸다. 
그리고 대문은 차가 다니지 않는 정자 뒤쪽에 다시 만들었다. 정자를 찾는 이들은 방 4개가 있는 뒷면부터 만난다. 반 바퀴를 돌아야 앞면이다. 대청은 문을 닫아 놓아 정자다운 멋이 사라졌다. 옛 정자는 강언덕에 있었는데 제방과 도로가 생기며 20여 미터 강과 멀어져 더욱 빛을 잃었다. 

옛 모습을 잃은 귀래정에 실망할 일이 아니다. 조용히 강가에 서서 상상해 보자. 하얀 모래밭과 푸른 강이 있다. 마을은 멀리 산자락에 아득히 보인다. 확 트인 광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강을 오르내리는 황포돛배가 한가롭다. 배를 따라온 갈매기는 끼룩끼룩 노래하고 너울너울 춤추며 나는 백로의 춤사위가 여유롭다.
귀래정에는 흰 도포에 갓을 쓴 선비가 강을 보며 사색에 잠겨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안동 정자 중에 임청각의 군자정, 하회마을 옥연정사, 귀래정을 제일로 꼽았다. 그러나 개발 바람이 불어 정자 앞에 제방과 도로가 뚫리고 주변 산에 집이 세워지면서 옛 귀래정의 수려한 경치는 사라졌다.
지금 귀래정은 안동의 ‘강남’으로 부르는 정상동(亭上洞)에 있다. 정상동은 반구정(伴驅亭)을 기준으로 반변천 상류 쪽이다. 하류 쪽 법원과 검찰 지청 쪽이 정하동(亭下洞)이다. 

○ 귀래정과 500년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원래 귀래정 담장 안에 서 있었다.
지금의 귀래정은 현재 4차선 도로가 생기기 전에 강 가까이에 있었다. 도로 때문에 20m가량 뒤쪽으로 옮겼다. 담장 안에 있던 은행나무가 담방 밖에 서 있게 된 이유다. 두 개의 물이 만나는 곳은 언제나 경치가 뛰어나다. 경치가 뛰어난 곳에는 선비들이 정자를 세운다. 귀래정도 그렇다. 세월이 변해 주변이 개발되면서 주변의 경치가 사라져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번 사라지면 다시 볼 수 없다.

○ 군자정, 반구정 그리고 어은정
이명의 군자정(임청각), 아들 반구옹 이굉은 반구정, 손자 이용은 어은정&#160;
임청각을 세운 이명, 아들 이굉, 손자 이용이 벼슬을 하지 않고 낙동강 언덕에 정자를 세우고 살았다. 이명은 군자정을 지었고, 그의 아들 반구옹 이굉(낙포 이굉과 이름은 같고 한자가 다름)은 반구정, 손자인 어은(漁隱) 이용은 귀래정 근처에 어은정을 지었다.
벼슬을 하지 않고 정자를 짓고 자연을 벗 삼아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재산이 있어야 한다. 안동 고성이씨 집안은 재산이 많았던 것 같다. 

반구정

○ 반구정(伴鷗亭)
반구정은 갈매기와 더불어 자연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낙동강 물길 따라 배를 따라온 갈매기가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밀양 삼랑진의 압구정(오우정, 狎鷗亭), 함안의 반구정(伴鷗亭)도 같은 뜻이다.
이명은 여섯째 아들 이굉에게 임청각을 물려주었다. 이굉은 호가 반구옹(伴鷗翁)이다. 사마시에 합격해 벼슬을 했으나,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1530년(중종 25)에 정자를 짓고 글을 읽으며 자연을 즐겼다. 
당시 안동 선비들이 반구정에 자주 모여 시를 짓고, 모임을 했다. 많은 선비가 찾았고 묵고 갔다 한다. 이에 동·서재를 비롯하여 장판각과 주사(廚舍, 밥을 짓는 곳)까지 추가로 지어 규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대문 왼편에 ‘고성이씨 삼세유허비(固城李氏三世遺墟碑)’가 있다. 이굉의 아들 이용(李容)도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 고성이씨 3대가 모두 벼슬을 하지 않고 자연에 묻혀 살았던 것을 기리는 비다.

어은정

○ 어은정(漁隱亭)
퇴계의 문하였던 어은(漁隱) 이용이 1570년에 지은 정자다. 앞면 세 칸, 옆면 두 칸의 팔작집은 원래 와룡면 도곡리에 있었으나 안동댐 건설로 옮겨왔다. 정자에는 ‘명호서원’의 현판이 걸려있다. 반구정과 귀래정 중간쯤에 어은정이 있다.

‘어은(漁隱)’은 어지러운 세상을 떠나 낙향한 선비들이 낚시를 즐기며 유유자적한 삶겠다는 의미다. 
굴원의 어부사와 위천에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을 생가하게 한다.

원이 엄마 편지

○ 420년 전 원이 엄마의 편지
정상동 기슭 무덤에서 발굴된 한 통의 편지
26년 전 정상동 한 무덤에서 발견된 ‘한 통의 사랑 편지’가 나왔다. 1998년 정상동 기슭에서 묘를 옮기는 중 고성이씨 이응태(李應台, 1556~1586)의 무덤에서 부인의 애절한 사랑의 편지가 발견됐다. 아내와 배 속 아이를 남겨둔 채 31세 나이로 죽은 남편을 그리며 쓴 편지다.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가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어서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의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무덤의 주인은 밝혀졌지만, 그 아내에 대한 기록은 없다. 편지 내용에 있는 ‘원이’의 어머니가 전부다. 편지는 415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죽은 남편의 머리맡에서 나온 유물은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한지 속에 담긴 것은 미투리(삼이나 끈으로 만든 신발)였고,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것이다.
속담에 은혜를 잊지 않고 꼭 갚겠다는 뜻의  ‘머리털을 베어 신발을 삼는다’는 말이 있다. 

원이 엄마 동상

남편이 건강을 회복해 신발을 신기를 바라며 머리카락을 잘라 신발을 만들었다. 
유물들은 안동대 박물관에 있고, 여인의 사랑을 기리는 ‘아가페상’이 인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앞에 세워져 있다. 귀래정 옆에 '원이엄마 테마공원'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응태 부인의 이름등 기록은 없고, 묘의 정확한 위치도 모른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영원한 법이다. 그 생명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비사벌뉴스 bsb27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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